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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math teacher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2018.3.28). 제가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너무 높게 봐주신 것 같아 몸둘바를 모르게 해주셨는데, 또 한편으로는 제가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확신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작년에 math teacher님이 보내주신 SOP를 읽으면서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 그런 인상을 받은 건 저만 아니라는 것이 적어주신 후기에서 살짝살짝 보이네요. 이 후기를 읽으면서 정말 눈부신 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제가 다 울컥하네요. 다시 한번 정말 좋은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은 제가 임의로 달았습니다. 강추도 제가 멋대로 적었어요 ㅎ.



제가 제출했던 Academic Statement of Purpose의 마지막 문장 “I humbly request your positive acceptance of my PhD application so that I may fulfill my dream to truly make a difference in mathematics education.”의 소망은 두 달 후, Official Decision Letter의 마지막 문장 “We look forward to seeing how you will contribute to our mission of making a better world.”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고 뒤돌아 생각해보니, 일 년정도의 시간동안 하나씩 하나씩 준비했던 것들이 결국은 모두 하나의 큰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풀브대장님이 SOP 제대로 쓰기 글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motivated and focused 된 지원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런 연구자가 되어야 하고 혹은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지원 서류 곳곳에, 인터뷰에 스며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원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는 것도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입학 지원을 준비하는 긴 시간 동안, 풀브대장님의 글 중에서 ‘어드미션 커미티가 궁금해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계속해서 생각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으신다면, 자연스럽게 SOP에서도 좀 더 본질적이고 설득력있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고, 인터뷰에서도 그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제가 수학 교육 전공 박사 과정에 지원한 이유는,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돕는 학교 수업 실현을 위해서 교사의 개입 수준 및 방법, 즉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학사 졸업 후 10년 이상 학교 현장에 있었고, 최근에 석사를 시작하고 졸업하면서 박사 과정 지원을 준비했습니다. 석사생으로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은 있지만 학위 논문 이외에 논문 실적이 없으며, 석사과정 초반에 교수님들께서 미국 유학을 권하셨지만 ‘미국 유학’에 대한 환상보다는 ‘박사 과정’의 힘듦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에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일년 전에 우연히 참여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제가 하고싶은 연구(수학의 개념적 이해를 돕는 문제 개발 및 교사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박사 과정이 힘들다 하더라도 그 학교의 프로그램에 들어가 학교 현장과 연구자가 협력하는 연구를 경험하는 것만으로 큰 배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풀브대장님이 표현하신대로 “공부할 맛 난다”는 것, 교수님이 표현하신대로 “쫄깃한 지적 자극을 맛볼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인생이 풍요로워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박사 과정 지원과 합격은 '그 학교'여야만 했습니다. 물론 제가 좀 더 찾아보았더라면 비슷한 프로그램의 다른 학교들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저는 그 학교에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SOP를 하나만 쓰면 되었으니 상대적으로 준비가 쉬웠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 인터뷰와 그 이후.

(1) 11월 30일: 어플리케이션 제출
늦어도 데드라인 12월 1일보다 일주일 전에 모든 제출을 마감하리라 계획했지만, 결국 11월 30일 저녁이 되어서야 최종 제출을 완료했습니다. 지원 준비할 때 타임 라인 잘 계획하시고, 점검하세요.

12월: 석사 논문 마무리 후 여행, 여행, 여행

(2) 1월 17일: 인터뷰 초대 메일
“ZOOM으로 인터뷰 하고싶다. 18일과 25일 중에 인터뷰 가능할까? 30분정도 friendly chat with faculty(4명 이름 알려주심)”

준비된 지원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바로 다음 날 인터뷰하겠다고 답장했습니다. ZOOM은 SKYPE와 같은 화상미팅 인터페이스인데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미리 사용법 체크하고 친구와 로그인해서 적절한 볼륨, 거리, 표정 등등 점검했습니다. 제가 SOP에 언급한 교수님 두 분이 아닌 다른 분들이셨는데(저는 사전에 교수님 컨택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드미션 커미티 교수님들이라 생각됩니다.  

(3) 1월 18일: 인터뷰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 약속 시간에 정확히 화상 연결되면서 교수님 세 분이 등장하셨습니다. 손을 흔들며 캐주얼하게 인사를 하셨고, 굉장히 밝게, 친절하고 편안하게 말씀하셨으나, 아우라 넘치는 포스에 압도당했습니다. 저는 수업 뿐 아니라 교사 대상 연수 강연 경험도 많은데, 발표할 때 속으로 긴장할지라도 겉으로는 굉장히 태연하게 느긋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세 분의 포스가 어찌나 강렬했는지 제 인생 최고로 횡설수설하느라 40여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인 학생이라고 천천히 말씀해주시는 것 같지는 않았고 생각보다 말 속도가 빠르셨는데, 발음과 억양은 굉장히 정확하고 세련되어 알아듣기는 쉬웠습니다. 대신 제가 말할 때는 천천히 말해도 참을성있게 기다려주셨습니다.

커미티 대표 교수님께서 프로그램 자랑을 좀 하신 뒤에, 우리 서로를 좀 더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하는 인터뷰이니 저에 대해 궁금한 것 몇 가지 질문하시고, 프로그램에 대해 제가 궁금한 것 질문하라고 하셨습니다. 기억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SOP를 보니 너는 수업의 변화를 위해 거의 신규때부터 노력한 것 같은데, 다른 교사들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는 어떻게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수업할 생각을 했는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너의 연구 방향을 이쪽으로 잡도록 영향을 준 책이나 논문이 있는가?

  • 실생활 관련 수학 문제 개발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도 교사 입장에서는 정말 실생활 관련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학생들은 그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니가 생각하는 실생활 관련 문제는 어떤 것인지, 개발했던 것 중에서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겠나? 

  • 수업했던 내용 중에서 학생들이 정말 실생활과 관련있는 수학 문제라고 받아들였던 문제가 있었나?

  •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연구를 했던데,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학 수업에서 수학적 모델링 과정을 적용해야 하는가? 

인터뷰 질문에 대한 느낌은, 제가 그 프로그램의 교육 철학과 연구 방향에 잘 맞는지 알기 위해서 SOP를 바탕으로 굉장히 구체적이면서 본질적인 부분을 확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질문으로 30분이 오버되어서 제가 질문할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 내에서 학생 평가 부분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고 있는지 질문하였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과제 중의 하나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패컬티 분들은 인터뷰때 뿐만 아니라  이메일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그 어떤 궁금증이라도 편하게 물어보라고 계속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4) 1월 19일: 인터뷰 수락 감사 메일
사실 너무 허둥지둥 말한 느낌이라 속상하고 화도 나서, 짧은 감사 이메일 보내기도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포스가 있었던 교수님(제가 관심있어 하는 프로젝트 담당)께 재인터뷰 요청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다 더 망하면 어쩌나 싶어서 이불킥만 하던 중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에게 메일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대답하기 어려운 날카로운 질문들도 있었는데, 너의 예리한 대답이 인상깊었다. 프로그램에 관련해서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1월 말-2월 초 사이에 어드미션 결정날 거다.” 저는 답장으로 인터뷰 기회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5) 1월 27일: unofficial admission letter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부터 “축하해! 합격했어!” 메일을 받았고, 어드미션 받은 학생 8명 모두 같이 2월 19일에 패컬티와 비디오 컨퍼런스 하고싶다고 했습니다.

(6) 2월 1일: 재학생 선배의 메일
놀랍게도, 그 프로그램에 재학중인 선배(한국인)로부터 메일을 받았고, 매년 신입생에게 재학생 멘토를 정해주어 이것저것 조언 및 도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메일과 스카이프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궁금한 것도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7) 2월 7일: official offer letter
풀 펀딩 내용 포함한 공식 어드미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8) 2월 9일: I-20 배송
DHL 특송으로 이틀만에 I-20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펀딩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비자 발급에 혹시 불리할까 걱정되어 재요청해서 다시 받았습니다.

(9) 2월 19일: 비디오 컨퍼런스
교수님 한 분, 재학생 세 명과 함께 1시간정도 ZOOM으로 프로그램 및 학교 생활에 관하여 편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TA, RA, 수강신청, 스터디그룹, 여름 방학 계획, 펀딩, 어드바이저 결정 등등 일반적으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재학생 선배들이 설명해주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보통 비슷하기 때문에 교수님, 재학생 분들이 일반적인 소개를 하셨고, 다른 합격생이 한 두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질문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거나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10) 3월 9일: 어드미션 수락 메일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드미션 수락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문구들이 있다고 하여, 그에 따라 메일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영어로 메일 쓰는 것은 너무 긴장됩니다;;



+ 영어에 대하여.
저는 영어시험부터 비자까지, 학원이나 유학원 도움 없이 혼자 준비했습니다. 토플은 8월 말에 한 번 응시해서 학교 미니멈 충족했고, GRE는 11월 초에 한 번 응시해서 평균정도 맞췄습니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고, 4시간 이상 걸리는 시험 자체로도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한 번에 미니멈만 넘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과년도 프로그램 입학생 통계를 보면 GRE AW 4.5, V 163, Q 166인데, 저는 완전 평균 깎아먹는 1인인 겁니다; 사실, 시험 점수보다 정작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 부딪히게될 언어 장벽이 더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합격한 대학교의 어학원에서 5월부터 시작하는 13주 집중과정을 등록했고, 8월 첫 학기 시작하기 전에 TA 스피킹 테스트를 미리 받으려고 합니다.

+ SOP에 대하여.
혼자서 야심차게 작성했던 version 1.0은 보기 좋게 휴지통에 버려졌습니다. 가까운 미국인 친구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는데, SOP의 기본도 없는 글이라며 저의 창의적인 글솜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식 자소서를 써본 적이 없었던, 무지해서 창의적이었던 저는, 자존심이 상해서 구글도 뒤져보고 네이버도 뒤져보다가 풀브대장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SOP 제대로 알고 쓰라는 7개의 글을 각각 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version 2.0을 완성하였고, 냉정하게 평가했던 그 친구는 “OMG! 1000% better! You’re in!” 이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수정하여 version 2.5를 최종 제출했습니다.

풀브대장님이 쓰신 글들을 여러 번 잘 읽으면, 충분히 자신만의 설득력있는 SOP를 완성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힘이나, 돈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 꼭 알리고 싶었어요. 글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을 다 표현하지도 못할 것 같아요. 덕분에 이렇게 선순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연이 되어서 기뻐요!

+ 4월에 출국합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구나, 라는 무게감이 어깨에 내려앉아서, 합격의 기쁨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이 후기를 쓰면서, 저의 SOP를 다시 읽어보고, 학교로부터 받았던 메일들을 다시 읽어보고, 인터뷰 질문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합격 메일을 받고 눈물 왈칵 솟구쳤던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뭉클하게 느끼게 되네요.
워낙에 다양한 개인적 상황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기에 저의 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는 할까 조심스럽습니다만, 영어 성적이 낮아도, 연구 실적이 없어도, 나이가 많아도, 그것들이 포기할 이유는 아니라는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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