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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규현님"이 보내주신 글 입니다 (2018.3.30). 최근에 풀브라이트에 합격하신 분이 자세한 이야기를 적어주셨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규현님이 정말 자세하게 적어주셔서 감사하네요.


저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fall 2018에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가게되었습니다. 학점은 학사 3.75/4.5이며 석사 4.3/4.5 입니다. 영어점수는 IBT 108, GRE 156/168/3.0 입니다. 2017년 12월 유학 지원당시 논문은 없었으며, 해외학회와 국내학회 발표가 1건씩 있었습니다. 정량적인 스펙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시겠지만, 저는 유학지원자들 중에서 눈에 띄는 스펙이 아닙니다. 오히려 낮다면 낮은 편입니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만한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장학금을 따게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학 지원시에 지원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원 전' 장학금 중 인지도가 높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2017년 7월 초에 지원서의 접수가 있다는 것을 6월 20일경에 알았고 당시 제가 들고 있던 IBT 점수는 유효기간이 2018년 5월까지였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풀브라이트에서는 2018년 9월까지 유효한 점수를 요구했습니다. 급히 IBT를 접수했고 7월 초까지 점수를 받아볼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을 보게되었습니다. 석사 진학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정신없이 바빴는데, 다행히 목표하던 수준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풀브라이트 지원서를 작성하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Statement of purpose, personal statement, letter of recommendation 3개 등 유학 지원시에 필요한 서류들을 똑같이 전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SOP와 PS는 이전에 이와 비슷한 글을 써본적이 없어서 준비가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그쯤해서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교수님이 공부하라고 구경(?)을 보내주셔서 학회장 뒷자리에 앉아서 정신없이 작문(?)을 했었습니다. 작성한 SOP의 내용을 검토해줄 누군가가 절실했던 중 고해커스 대학원진학게시판에서 '풀브대장(풀브1617대장님)'의 게시글을 찾았습니다. 바로 제 SOP를 검토해주실 수 있는지 메일을 보냈고, 답신을 받았습니다. 풀브대장님이 달아주신 솔직한 의견들을 반영하여 SOP를 수정하였고, 미국에서 교환학생하던 시기에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친구 2명에게 영문첨삭을 받아서 3-4번정도 고친 뒤 마감일에 맞춰서 마포구 풀브라이트 빌딩에 제출한 뒤 참 후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6월말~7월초가 지나갔습니다. 저의 SOP 초안은 단순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을 뿐, 구체적이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왜 나이어야만 하는지'가 빠져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많이 보완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딸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저보다 스펙이 높은 사람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류합격+면접일 통보 문자를 받았을 때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기뻤습니다. 그런데 면접이 당장 1주일 뒤였고,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2016년에 풀브라이트에 지원했던 학교 선배와 풀브대장님에게 면접에 대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예상 질문들은 1) 유학이 왜 가고 싶은지 2) 가서 무엇을 공부하고자 하는지 3) 왜 미국이어야 하는지 4) 다녀와서 한국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 등이었습니다. 면접 하루 전날과 면접 당일을 석사 지도교수님의 배려로 휴가를 받아서 열심히 스크립트 만들어서 준비했었습니다.


면접날에 20분정도 일찍가보니 꽤나 안락한 대기장소가 있었고, 저처럼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3명정도 있길래, 풀브라이트에서 일부러 비슷한 전공의 사람들을 붙여서 면접을 보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전부 서울대 학부, 석사 출신이라 살짝 위축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다행히 면접 준비를 충실히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크게 동요하진 않았습니다.


제 순서가 와서 면접장에 들어가니 한국인 4분 (아마도 교수님 3분, 한미교육위원단 심재옥 단장님)과 서기역할을 하는 외국인 1분이 있었습니다. 질문은 교수님 3분중에서 2분이 주로 했습니다. 아마 다른 1분의 교수님은 제 분야가 아닌지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예상했던 질문들이 대부분 그대로 나왔습니다.


다만 제가 SOP에 작성했던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제 미국에서 많이 하지 않는데 그걸 몰랐냐는 식의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최근에 이 분야의 연구는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예시를 들었고 저는 이 방향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면 잠시 멈칫했던 연구의 흐름이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사실 가장 기억나는 질문은 마지막 심재옥 단장님의 질문이었는데, '만약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게되면, 이후에 다른 장학재단의 장학금에도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풀브라이트 지원서 항목에 이와 같은 질문이 있는데, 저는 지원서에 다른 장학재단에도 지원할 생각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관정재단 장학금을 적었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면접에서도 솔직하게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렇게 면접이 끝났고 나가보라고 하셔서, 풀브대장님이 조언하셨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한말씀만 더 드려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요청드렸고, 준비한 멘트를 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Environmental engineers can change the world a better place to live. That was the reason why I chose this major. Algal biodiesel research is an essential topic and can be a key for the sustainable environment. As a highly motivated researcher, I am ready to move forward. Fulbright scholarship can give me a leg up to fulfill my goals. It was a great pleasure to meet you all, and I hope I have conveyed my sincerity and passion to you. Thank you."


면접이 끝난 뒤, 기대했던 것보다는 잘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서류제출 때만큼이나 후련했습니다.


이후 잊고 지내다가 9월 말에 최종합격 메일을 받았습니다. 지도교수님을 포함하여 다들 저만큼이나 의아해했고, 믿을 수 없어했습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스펙으로 합격했기 때문에 반응이 그렇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에서 원하는 것은 고스펙의 지원자라기 보다는 일정수준 이상의 스펙을 갖춘 공부하고자하는 바가 뚜렷하고 미국에서 공부해야하는 이유가 있으며 다녀와서 어떤 식으로 모국에 기여할지의 로드맵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변에서 들은 여러조언을 바탕으로 저를 이런 사람처럼 보이도록 지원서와 면접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수준의 정량적인 스펙을 갖추신 분들은 아주 많을 것입니다. 작년 여름의 저처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본인의 경쟁력과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싶으신 분들은 외부장학금을 노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장학재단에서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알고 준비하신다면 학점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연구실적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에 대한 정보, 특히 외부장학금 준비과정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에 정말 부족한데 풀브대장님이 준비하시는 "따뜻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게되어 기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예비 대학원 유학생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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