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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대장입니다. 네이버, 구글에 'SOP 쓰는 법' 한번 쯤 쳐 보신적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글들이 적혀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SOP는 학업계획서 또는 자기소개서라고 볼 수 있는데, 지원동기 - 연구주제 - 내가 한일 - 왜 너네 학교 가려고 하는지 - 각오, 이런 내용들을 적어주면 된다. BOOM!". 

 

이런 설명이 틀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진짜 중요한 에센스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부터 그 에센스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SOP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밑바닥부터 하나씩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별 생각없이 SOP를 학업계획서라고 부르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뭘 담아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SOP를 한국어로 '학업계획서'라고 부르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 Statement of Purpose", 글자 그대로 살펴보면 자신이 공부하려는 Purpose에 대한 Statement를 적으라는 말입니다. 학업계획서라는 용어가 주는 어감처럼 여러분이 공부하려는 장래의 '계획(Plan)'에 대한 글이라는 뉘앙스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몇몇 미국 대학들의 경우, SOP라는 용어 대신 좀 더 분명하게 'Study Objective'라고 명칭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purpose던 objective든지 지원자 입장에서 얘들이 뭘 기대하는 건지가 '팍' 하고 확실하게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경우에는 아주 클리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A letter of Motivation". 네, Motivation. 바로 이것이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SOP에 담겨야만 할 '에센스' 중 하나입니다.

 

곧바로 한 가지 더 짚고 들어가겠습니다. 여기서 '뭐에 대한' Motivation을 말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에 SOP를 적을때,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유학가고 싶은지 적으라고? 음.. 나는 좋은 직장 잡으려고 (또는 승진하려고, 교수되려고) 하는 건데, 이걸 어떻게 포장해야하는지 고민스럽네..." 네, 고민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작부터 틀렸으니까 말입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에서 SOP에서 듣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분이 석사 박사 "공부"를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이 공부하려는 '특정 분야', '연구 주제' 에 대한 모티베이션입니다. 많은 대학들이 SOP를 쓸 때 제시하는 Prompt를 통해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Berkeley는, "describe your aptitude and motivation for your grad study in your field of specialization, including..."라고 Prompt에 적고 있습니다. 네, 중요한 건 바로 이 말입니다 - "in your field of specialization". 약간 실마리가 잡히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SOP의 에센스는 Motivation, 즉 본인이 하려고 하는 연구분야에 대한 Motivation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약간 '쇼미더머디' 같은 느낌으로 말씀드리면, "Show us what drives you to study this specific field!"라는 어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뭘' 보여줘야 하는지 좀 감이 잡히실거에요.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식으로" Motivation을 보여줘야 하는가에요. 이게 정말 정말 중요해요. 제가 적은 글 중 제일 핵심이라고요.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많은 분들이 SOP를 쓸 때 종종 연대기식으로 내가 왜 공부하려 하는지를 구구절절히 서술하곤 하시죠. "나 A대학에서 뭐 전공했고, 논문은 뭐 썻다. M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B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이런 논문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 관심이 더 커져갔다. 나는 B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를 하는게 목표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더 in-depth한 knowledge를 얻기 위해서 니네 학교에서 지원했다." 어때요? 이게 좋은 예로 들은 건지, 잘못된 예로 들은 걸까요?

 

좋지 않은 예입니다. 이게 왜 좋지 않은 예인지를 이해하시려면 우선 우리한테 익숙한 '지원동기'와 커미티들이 듣고 싶어하는 'Motivation'이라는 것이 어떻게 미묘하게 다른지 그 뉘앙스 차이를 확실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저 글을 보면, 이 사람의 goal이 뭔지, 그간 뭘 했는지, plan이 뭔지 다 분명합니다. 읽고 있으면 어떤 맥락에서 지원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체 얘라는 애가 누구인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 'B라는 분야에 대해' 얘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강조합니다. 모티베이션은 이유로 합리화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면'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줘야 합니다.  

야네들이 듣고 싶어하는 여러분의 Motivation은 '이러 저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라는 피상적인 차원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대체 왜 그 경험을 통해 니가 B에 관심이 생겼는지"라는 더욱 specific하고 subtle한, 아주 subjective한 것들을 꺼내놓는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커미티들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아, 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애구나" 라는 걸 쉽게, 선명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알듯 하면서도 여전히 헷갈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좋은 예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SOP는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아주 쉽고 선명하게 잘 보여주는 예라서 선택했습니다.  

 

"After I finished my B.A. in CS and Math, I went to work at the Advanced Machine Intelligence Lab at GTE in Massachusetts. At first I was very excited by my paycheck and the great feeling of being independent. I also really enjoyed my area of research at the time: pattern recognition and classification. I was working with frame-of-reference transformations involving eigenvectors of autocorrelation matrices. It was exciting! However I quickly realized that I wanted to know more. I wanted to know why some algorithms produced good results and others didn’t. I wanted to come up with my own algorithms. I worried that I didn’t have enough of a mathematics background to answer my own questions. In summary, I wanted to delve deeper. Everyone around me thought I was very odd for wanting these things. I left after 2 years and went to graduate school. That first month of graduate school I looked around and realized that everyone there was just as weird and obsessed as I was, and I knew I had made the right decision." (Source: Mor Harchol-Balter, 2014, Applying to Ph.D. Programs in Computer Science, 8p).

 

Carnegie Mellon University 대학의 교수가 어떤 사람들이 Ph.D 를 원하는지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적은 글입니다. 쉽게 쉽게 쭉쭉 읽히면서도 어떤 지원자인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하려는지, 얘가 공부(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는지 등등 머리속에 확 그려지는 느낌이 무엇인지 이제 좀 더 확실하게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이런 식으로 써야한다는 말을 드리려는게 아닙니다. 본인이 왜 그 분야를 연구하려고 마음먹게 되었는지 그 계기는 사람마다 아주 크게 다를테니 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핵심은 그게 뭐가 되었던지 '팍팍 와 닿게', 쉽게 쉽게, 굵직굵직하게 풀라는 점 입니다.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쉽게 '아~이런 애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력서 해설하듯이 시간에 따라서 내가 뭘 해왔는지 적고 만족하고 앉아있으면 큰일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같은 전공분야의 분들이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보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같은 정책계열 전공의 경우, 사실 저런 식으로 "관심이 더 생겼어요"는 읽는 사람에게 거의 어필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분야에서 커미티에게 어필이 잘 되는 케이스는 아마도 현실의 특정한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 또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 이런 위기 또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경험이나 논의가 전무하다는 식의 전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혀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진지하게 고민해서 유학을 결심하신 분들이라면 분명히 그 가슴 속에 찐한 모티베이션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바로 그 알맹이를 있는 그대로 꺼내서, 쉬운 말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 처럼 여러분이 뭘,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대로 안다면 SOP를 써내려가는 것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드린 말씀이 곧 도입부에 Hook을 걸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자,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SOP에서 적어야 할 것이 '공부하려는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이야기(tell)'하는 것이 아니라 '뭐가 당신이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게 만들었는지 선명하게 보여줘야(show) 한다'는 말에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여기서, 이 뉘앙스 차이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Statement of Purpose를 적는 데에 룰이 있다면 바로 이 것일 테니까 말입니다 - "Don't tell, Show us". 그런데, 저 앞에 적어둔 '읽는 사람의 가슴에 와닿는 선명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라고 하면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네, 바로 "Hook"이 떠오르시리라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보여주라"는 내용이 바로 Hook을 걸라는 말과 동일한 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팍! 하고 머리에 꽃힐 수 있는 이야기를 던지라는 말입니다. 그러려면 인상적인 경험담을 적어주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일테니 말입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 굳이 적지 않고 넘어갈까 하다가, 이 훅을 건다는 것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것만 바로 잡고 가려고 합니다. 

 

일단, Hook을 건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한번 더 쉬운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A가 훅이 없는 글, B가 훅이 들어가 있는 글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A의 경우는 심지어 지원자 이름만 바꾸면 니 이야기도 될 수 있고 내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그런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 훅이 왜 제가 앞에서 드렸던 이야기들과 똑같은 이야기인지 말씀드리려면, 잠시 모티베이션에 대해서 제가 한 말들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Case A 와 B 중 어디서 (희미하게나마) 모티베이션이 보인다고 묻는다면 말할것도 없이 B라고 대답하시리라 믿습니다. 인상깊은 이야기를 통해서 읽는 사람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네 100% 동의합니다. 

 

Case A: I am honored to apply for the Master of Library Science program at the University of Okoboji because as long as I can remember I have had a love affair with books. Since I was eleven I have known I wanted to be a librarian.

 

Case B: When I was eleven, my great-aunt Gretchen passed away and left me something that changed my life: a library of about five thousand books. Some of my best days were spent arranging and reading her books. Since then, I have wanted to be a librarian.

 

(Source: University of Northern Iowa의 Vince Gotera 교수의 글(2006)에서 발췌)

 

자, 이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오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오해는 저 위에 든 예처럼 무조건 "내가 6살때.." 이런 식으로 옛날 옛적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착각입니다. 이런 분들 대부분이 완전히 어렸을때부터 B라는 주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꼇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착각하고 계십니다.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하면 더 좋겠지 혹은, 어떤 분은 "최초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는 심지어 이 교수님이 적어주신 저 B사례 마저도 지금 하려고 하는 분야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끄집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더욱이 막말로, "그때 그런건 알겠는데 so what? 내가 알고 싶은건 6살때 니가 아니라 지금의 너야"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전공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만, 무조건 옛날 옛적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 오해는 '멋진 인용구로 시작하면 더 어필이 되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절대 인용구를 넣으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교수님들은 좋아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Berkeley에서 공식적으로 올린 좋은 SOP 샘플의 경우, 연구대상인 책에 있는 인상적인 글귀로 시작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코칭하면서 본 SOP에서 적어주신 '멋진 인용구'들은 Berkeley의 인용구와는 좀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적어둔 인용구들은 본인의 연구주제와 직접적 관계도 없는 것은 물론, 거의 대다수가 사실상 있으나 없으나 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서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예 인용구로 시작하는 걸 질색하시는 커미티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NIU에 있는 이 분은 아예 이런 말을 하십니다 - "Do not start with a quotation, no matter how clever you think it is" (Peter Vanýsek, NIU - Example of a bad statement of purpose). 내 SOP를 보는 교수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인용구가 꼭 필요한지 스스로 생각해 보신다면, 얻어지는 결론은 뻔할 것라는 생각이 듭니다.


쓰다보니 엄청 많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SOP에 대해 할 말이 몇 배나 더 많이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와 구글에서 돌아다니는 근거없는 카더라 글들 때문에 생겨난 오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런 글들 적으신 분들에게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면서 직접 SOP를 써 보시긴 한 것인지, 대체 다른 수 많은 분들의 SOP와 대학에서 제공하는 각종 가이드들을 충분히 읽고 쓰신건지 말입니다. 앞으로 이런 카더라 통신들 때문에 때문에 생긴 오해들을 앞으로 하나하나 부셔드리겠습니다. 명확한 근거를 보여드리면서 말입니다. 앞으로도 관심가져주시고, 댓글로 응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 박사지원을 준비하신다면 여기에서 저 위에 잠깐 언급했던 Mor Harchol-Balter 교수님의 글 전부 꼭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SOP뿐이 아니라 유학준비 전반에 대해 아주 손에 잡히는 주옥같은 조언들이 적혀있습니다. 이 글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나가시기 전에 아래 공감버튼을 꾹 눌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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