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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대장입니다. SOP를 읽다보면 참 '글쓴이 중심적'으로 쓰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커미티들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내용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적고 나서 만족해하면서 앉아있는 그런 분들 말입니다. "내가 적고싶은 내용"이 아니라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나도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커미티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온라인 지원서를 쓰실때, 어떤 내용을 써서 제출하라고 Prompt가 딸려오는데, 바로 거기에 커미티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기본중의 기본은 바로 이 내용을 꼼꼼히 읽고, 얘들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적어주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마다 이 Prompt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건 이후에 포스팅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커미티들이 SOP에서 확인하고 싶은 굵직한 '핵심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크게 이렇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 왜 grad study 하려고 하는데?, 2) 왜 우리한테 오려고 하는데?, 3) 네가 뭐가 다른 애들보다 특별한데?. 참 당연하게 들리는 질문인데, 문제는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에 대해서 커미티들이 '진짜로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딴소리'를 적는 동문서답형이 참 많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전에 적은 두 개 포스팅에서 이미 살짝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렸는데, 그것 만으로는 감을 잡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 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코칭을 하면서 이런 내용에 대해 '착각'하시는 분들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적어두었으니, 꼼꼼히 읽어보시고 비슷한 실수는 혼자서도 충분히 피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Why are you interested in the grad study?"- 어떤 답변을 기대하는지 확실히 이해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적은 두개 글을 읽으셨다면, 이 질문이 여러분이 '연구하려고 하는게 어떤 분야인지, 왜 그런 분야를 연구하고 싶게 되었는지'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알려 달라는 것이라는 건 이제 확실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원론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는 이 질문을 흔히 어떻게 잘못 받아들이시는지, 왜 그렇게 적으면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구주제 (혹은 토픽, 이슈)'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보여주면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그 '전공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말하는 유형입니다. 


어떤 느낌인지 바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몇 년 전 어느날, 도서관에서 누구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A전공이 제가 오랫동안 찾아오던 분야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A전공은 뭐를 어떻게 함으로서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글구는 저에게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고, 그날 이후 이 분야에서 제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왔습니다". 개인의 경험과 관계없이 조금 더 뜬구름 잡는 큰 이야기(=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흔히, "내가 공부하려는 이유는 Better society, equity, peace, 이런 것들을 위한 거다"라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쉬우실 것 같습니다. 심지어 "I had a dream..." 으로 시작하는 분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실제로 저런 식으로 도입부를 적으십니다. 통상 한 단락을 그냥 이렇게 '버린' 뒤에야, 다음 단락에서 '학부때 저는 뭘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뭘 했고요.' 이런 식으로 자서전 모드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세 네 단락을 읽고 나면 커미티들이 아마 이렇게 소리칠겁니다. "아, 그니까 대체 뭐를, 그리고 왜 연구하고 싶냐니까!" - 사실 저만해도 저런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이제 구름잡는 이야기가 뭔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써야 제대로 답할 수 있는지 머리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으실 겁니다. 어떻게 해야 "연구주제 혹은 토픽"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말입니다. 제가 참 인상적으로 읽었던 좋은 예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글 입니다.


Two scenes stand out in my mind from my visit to Brazil’s Wetland: Forests burning before seed planting and trees as hedgerows. Before the planting season, I could see the leafless remnants of burnt trees still standing. The burning of pristine forests destroys both the habitats and countless species, which depend on and thrive in these habitats. The few remaining bare, scarred trees silently convey the cost to our natural resources of pursuing our economic interests. Some forests are preserved by government edict issued in response to international pressure. But most of this preservation occurs alongside major roads — not to protect the ecosystem, but to prevent disturbance to ranches and farms along the highways. The clash between economic and environmental concerns that I witnessed in Brazil fascinates me and attracts me to the Environmental Studies Program.

(Source: Caltech alumnus blog )


보시다시피 저 글에서는 본인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 전공의 많은 연구분야 중 '어떤 영역'에 관심이 있는지 선명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저 지원자의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선명합니다. 커미티가 단번에 "아, 얘가 environmental preservation 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environmental vs. economic concerns 에 흥미가 있구나" 라고 단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앞에서 이야기한 '구름 잡는 유형'처럼 썼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마 이런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 "저는 Environmental protection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생태계를 온전하게 보존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환경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고...".  이제 뭔가 차이가 분명히 보이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변형한 글을 읽으면서 커미티들은 아마도 "환경보존 좋은거 아는데, 그래서 뭐가 관심있다는 거야?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여러분이 전달해야 할 핵심은 '계기'가 아니라 그 계기를 통해 생겨난 '특정 영역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 꼭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결이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특정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 혹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모티베이션을 풀어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마 사회과학 분야의 SOP에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 SOP의 도입부를 쉬운 말로 요약한 내용입니다. 만일 아래 글과 같이 적었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도 살펴봅시다. 


"... 연구원에서 일하면서 XX 프로젝트를 하면서 1~2개의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이 미국의 디트로이트 처럼 한 순간에 주력산업이 붕괴하면서 심각한 인구유출과 재정 압박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저에게 '어떻게 이런 한국의 도시들이 이런 도전에 보다 현명하게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끌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또는 그런 상황에 놓였을때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지 대응책은 커녕 논의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 뿐 아니라 수많은 러스트 벨트 도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  이것이 제가 미국에서 이 주제를 공부하려는 열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부분은 "풀브라이트 장학생 소개" 포스팅에 원문을 공개했습니다).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혹은 책을 읽으면서) 인구감소에 대응한 도시계획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구가 성장하던 때와 달리 이런 저런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적합한 계획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가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말할것도 없이 엄청나게 식상합니다. 인구감소에 대한 도시계획이라는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위의 글을 두리뭉실하게 바꿔본 예시입니다). 


제가 드리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즉, "왜 석사 박사 공부하려고 하니?"라는 질문에서 원하는 건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아주 뻔한 이야기로 공부하려는 "이유를 설명해라"라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니가 왜, 어떤 맥락에서 모티베이트 되었는지 "그 순간을 선명하게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체 네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팍 꽃아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요 정도 설명을 드리면 충분히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가 적은 "그 주제가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이 코멘트를 곰씹어 보라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본인이 SOP에 적은 추상적인 연구주제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면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것을 떠나서,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맥락'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전문가라도 통 구체적으로 뭘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운, 손에 와 닿는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관심있어 하는게 무엇인지 "선명하게, 클리어하게, 확실하게" 보여주는게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 이 부분은 정말 백번 천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SOP를 읽었는데 뭘 공부하려고 하는지도 제대로 전달 못한다면, 그 SOP가 어디로 던져질지 말입니다. 이 첫단추를 어떻게 꿰는지가 여러분의 SOP의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위에 적은 이야기들은 박사지원자를 염두에 두고 적은 이야기입니다. 석사지원의 경우 학위과정 특징이 박사처럼 특정 분야를 깊이있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지원자의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성격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박사과정이 티칭 또는 연구자가 되려고 가는거라면, 석사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본인의 모티베이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앞에서 말한 "구름잡는" 전개는 피해야 한다는 건 물론이지만 말입니다.  


2. "Why are you applying to our program?"- 이 답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전략도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른 서류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SOP를 통해 어드미션 커미티에게 강한 모티베이션과 Research Focus, 그리고 연구할 수 있다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칩시다. 여러분이 "잡고 싶은 지원자"가 된다면, 어드미션 커미티가 가장 궁금해하는건 바로 이것입니다 - '얘가 정말 우리학교에 오려는 지원자인지 아닌지" 말입니다. 

여러분이 여러 대학에 지원했다는 거, 커미티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괜찮다는 판단이 서고 나면, 이 녀석이 정말로 우리한테 올 녀석인지 아닌지 (다른데 되면 다른데로 갈 녀석인지) 판단하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여러분이 면접을 보게 되면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왜 너네 학교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에 '충분히' 신경을 쓰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SOP 탬플릿을 만들어서 학교이름, 교수이름만 바꿔끼는 정도로는 절대로 이들이 듣고 싶은 수준으로 어필할 수 없다는건 당연합니다. 


'왜 우리 프로그램에 오려고 하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려가지가 될 수 있지만, 제 생각에 커미티를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너네 대학에 간다는 식으로 적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합니다. 즉, '다른 대학에는 없는데 너네 대학에는 이런 부분이 있어서' 너네 대학으로 간다라는 식의 메시지 말입니다. 직접 마주 않아서 일상적인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이런 '확실한 메시지'가 왜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일례로, 그 대학만 특정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내 연구에 그게 꼭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도 한 가지 방법일꺼라고 생각합니다. 공학분야 쪽에서 많이 하시는 접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분야에서는 주로 교수가 하고 있는 "연구"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보여줘야 할 것이 왜 너네학교인지, 그 "이유"를 적는 것 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그 학교에 가려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알아봤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즉, 한 두 줄로 "이 교수가 나랑 아카데믹 핏이 맞아요"라고 적는 거로는 weak하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 완전히 빠삭하게 그 교수가 뭘 하는지, 어떤 프로젝트들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겠죠.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참, 학교의 정신이나 학풍이 어때서 나랑 맞는다는 식으로도 추상적으로 적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이유를 보여주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일 부분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어떤 연구,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 만이 아니라, 내가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런 연구들이 내 연구에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여러분을 더 어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 너무 구구절절하지 않은 선에서 말입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미리미리 숙제를 하시고 교수 컨택을 하시라는 것입니다. 가장 베스트는 SOP에다 아예 대놓고 "A교수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 봤는데, 어떤 어떤 점에서 바로 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여러분이 가진 관심을 확실히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길일테니 말입니다. 참고로 실제로 Berekely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에 여러분이 직접 컨택했던 교수들에 대한 정보를 적는 항목이 있는 대학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진 교수님이 아니라, '직접 컨택했던' 교수들의 정보 말입니다). 


3. "What is it about you that is so special?" - 별도로 스킬을 뽐내는 게 아니라, SOP에 녹여내셔야 합니다.


'네가 뭐가 스페셜한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연구 분야의 특성이나, 개인별 경험차에 따라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에 '제 경험'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게 좋다는 말을 드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 두 가지 부분만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정말 누가 봐도 이렇게 쓰면 안 될것 같다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제가 고려했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 꼭지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일단, "네가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뭐가 '특별한데?'"라는 질문을 통해 기대하는 답변은 기본적으로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여러분이 특별히 다른 사람이랑 차별화된 부분을 듣기를 원하는 점이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종종 우리나라 취업용 자기소개서에 익숙한 분들이 "저는 이런 프로그램도 다룰 줄 알고, 자격증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내용을 적으시는데, 정말 이런 것들은 이들이 기대하는 대답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내용들 대부분이 여러분의 아카데믹 퍼포먼스 혹은 리서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참고로, 학과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해당 내용은 SOP가 아니라 CV에 적어주는 것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quantative analysis를 중시하는 학과의 경우 특정 통계 패키지에 대한 고급수준의 활용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격증이 있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통계 패키지를 어떤 분석까지 할 수 있는지 CV에 적어주는 식 말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생각에는, 여러분이 "나 이런 저런 점이 특별하다"고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SOP 전반에 그런 차별적인 부분들이 '충분히 묻어나서' 굳이 별도로 말하지 않아도 확실히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 같은 경우는 실제로 정책 연구를 오래 해봐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실제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점, 한국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다는 점, 본인이 디렉터로 연구 프로젝트를 끌어갔던 경험이 있다는 점 등이 특히 다른 사람과 달리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찝어서 적는다면 좀 이상했을 거 같아서, 저는 연구실적이나 포부 같은 부분에 '슬며시' 언급해주면서 묻어날 수 있도록 처리했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 이런 점에서 뛰어난거 같다가 아니라, 그런 점을 증명해 줄 수 있는 'evidence'들을 슬쩍 슬쩍 보여주면서 "판단은 커미티들이 직접 하게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CV를 적을 때 이런 부분들이 확실히 드러날 수 있도록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그렇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제가 다른 지원자들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사 지원자라면 전공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실제로 본인 스스로 혼자 연구를 할 만한 '역량'이나 '아카테믹적인 우수함'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학회에서 상을 받은 경험을 슬쩍 언급하면서 본인의 아카데믹한 퍼포먼스를 강조한다든가, 직접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상도 받았다 등을 슬쩍 언급한다던가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도 저도 "꽝!"하고 직접적으로 어필할 부분이 없다면, 또는 상대적으로 그런 경험/실적을 쌓기 쉽지 않은 석사의 경우, 커미티들이 생각하기에 대학원생으로서 필요한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대안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밑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논문을 써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남들과 달리 본인의 관심주제와 관련해서 Motivation을 가지고 뭔가 특이하고 적극적인 일/경험을 했다던가 (e.g. 궁금해서 혼자 비행기타고 날라가서 보고 듣고 했다던가) 등의 이야기를 적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외부 장학금을 받으시고 지원하는 케이스라면, SOP에도 짧게 적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오, 대단하다!" 막 이런 식으로 어필되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TA/RA Slot 잡아먹지 않아서 1명 뽑을 거 2명 뽑을 수 있다는 점, 학교의 실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이들의 관심을 살 테니까 말입니다. 


여기까지 드릴 말씀 다~ 드렸습니다. 여러분의 SOP에 이 세 가지에 대한 여러분의 '메시지'가 분명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세 가지만 확실하고 vivid하게 전달될 수 있다면 일단 80%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프롬프트에서 요구한 것들은 다 들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글이 정작 저 세 가지에 대한 답변은 명확하게 주지 못하고 있으면서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뭔데,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거하고 저거하고 상도 받고 공모전도하고 코멘트도 받고..." 이런 식으로 본인의 모든 이야기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주루룩 나열하고 있다면 머리속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사실상 거진 백지나 다름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3개에 대한 핵심적 메시지부터 확실히 새겨넣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커미티들의 머리 속에 여러분에 대한 찐한(Thick)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 하나 더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 3가지에 붙여서, 커미티들이 다른 지원서류를 읽다가 "왜 이렇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부분도 당연히 고려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부 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논문 쓴 게 없다거나, 이럴때는 아무말 안하는 것 보다 어필해주는게 좋습니다. 일례로, 뭐 학부 때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뭐를 계기로 정신차려서 엄청 좋아졌다, 논문은 퍼블리쉬된건 없는데 지금 이런거 진행 중 이라던가 등등 많이 물어보시는데 당연히 적으셔도 됩니다. 그런 형태로 어필하실 수 있을 것, 아니 하셔야만 할 겁니다. 그렇게 스스로라도 어필 안 하신다면 그냥 성적 안 좋은애, 논문실적 없고 (할려고 하지도 않는) 애라고 도장 찍히고 끝나버려도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SOP에 담길 핵심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드렸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 내용들을 SOP내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전체적인 틀과 윤곽을 그리는데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가시기전에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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