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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대장입니다. 제가 이전에 올린 4개 포스팅 정도면 SOP를 어떻게 써야 할지 확실히 감을 잡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확실히 전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코칭하면서 봤던 글들 중에서 "많이 실수하시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약간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드릴까합니다. 바로 "나 이래서 너네 학교 선택했어"라고 어필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어드미션 커미티들이 궁금해하는 내용 3가지를 다룬 지난번 포스팅에서 "why are you applying to our program?"이라는 질문에 대해 이미 전반적인 이야기는 다 드렸습니다 - 2017/08/15 - [꿀팁과 자료공유/SOP, 알고 제대로 쓰소서] - 유학 SOP 쓰는 법 - 커미티들이 궁금해하는 세 가지). 이 포스팅은 그래도 아직 확실하게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보다 더욱 팍팍 감이 오게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려고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 적은 글들이 대부분 (제 상황이었던) 박사지원자에 타게팅되어 있어서, 이번 글에는 석사지원을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도 직접적으로 참고될 만한 내용도 함께 적어두었습니다.
평가자들이 SOP를 읽다가 "어, 괜찮아 보이는 지원자인데"라고 느끼게 되면, 그 다음에 바로 궁금한 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얘가 정말 오려는 건가?"라는 부분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더, 훨씬 많이 궁금합니다. 일종의 확신이 담긴 대답을 듣고 싶어합니다. 나중에 면접 보시게 되면,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교수님들 보고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너 지금까지 어드미션 온 데 있어? 거기서 무슨 조건 주디? 음.. 우리가 이런 조건 주면 우리 학교 올꺼야?", 이런 식의 질문 받고 당황스러워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몇몇 학교들의 경우 온라인 지원 서류 중에서 다른 대학교 어디 지원했는지 적으라는 데도 꽤 있는데,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얘가 진짜 우리한테 올 녀석인지, 다른데로 가버릴 녀석인지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학교에 진짜 가고 싶다고 '잘'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맥락만 확실히 이해하시면 여러분 혼자서도 얼마든지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바로 너네 학교가 내 관심주제를 연구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주시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내 연구에 도움이 될꺼야"라는 구름잡는 소리가 아니라, 너네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자원들이", 구체적으로 내 연구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지 콕콕 짚어주면서 이야기해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로 "구체적"인지 물어보시면,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level of detail이 그 학교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살펴봤다는 걸 드러내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석사 지원이라면, "연구주제"로 한정하기 보다 내가 공부하려는 분야를 더 많이, 폭넓게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신다고 보시면 좀 더 이 부분을 적기 편하실 겁니다. 반면, 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좁고 깊게, 낱낱히 살펴봤다는 느낌을 주도록 포커싱해서 적는 방향을 권해드립니다.
아래에 두 가지 형태의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중에 어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식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본인의 연구주제 및 유학 목적과 관련해서 더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섞어서 어필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어떤 느낌으로 써야 하는지 좀 더 와닿도록 보여주기 위한 예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번째는 버클리 박사과정 SOP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하신 적이 있는 유학준비생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읽어보셨을 샘플입니다. 운이 좋게도, 이 샘플을 공개한 교수가 바로 이 부분에 직접 코멘트가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하는 것보다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UC Berkeley's history program looms large in my mind, largely because of its outstanding faculty and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history. In my own quest for a suitable graduate program, I was thrilled to learn that Professors Thomas Laqueur and Carla Hesse both taught at Berkeley. Professor Laqueur's book, Making Sex: Body and Gender from the Greeks to Freud, stands out among the many books I read during my undergraduate education; and I credit his book with introducing me to the nascent but fascinating field of the history of sexuality and the body. Together, Professor Laqueur's cutting edge research and Professor Hesse's knowledge of early modern women's history would make my experience at Berkeley a challenging and enjoyable one.
Comments: She demonstrates a thorough-going knowledge of UC Berkeley. She mentions not one but two key scholars with whom she could pursue her studies. She mentions how their area of specialty dovetails with her own research interests. Note how she does not make empty, flattering remarks about the professors or the school.
( Source: 버클리 History 학과에서 제시한 좋은 SOP 샘플 예시)
코멘트를 읽어보시면 위에서 제가 드린 이야기하고 같은 맥락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사실 저도 이 버클리 샘플을 많이 참고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SOP에 적었습니다. 다만 좀 더 자세하게 썼지만 말입니다. 특히, 위에 교수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토픽이 내가 언급한 교수들의 expertise, knowledge 하고 어떻게 매칭이 되는지보다 조금 더 나가서 그들의 publication에서 찾은 어떤 부분이 내 연구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내가 정말 그 대학과 교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실제로 제가 SOP에 언급했던 교수님들이 Skype 면접때 들어오셨답니다.
두 번째 샘플은 석사지원자의 샘플로, 'Statment by Americans'라는 자료집에 있는 글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 특성에 대해 초점을 두고 어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내가 이런 부분을 더 알기 위해서 나는 A,B,C라는 부분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 너네 학교 커리큘럼 보니까 이렇게 짜여져 있어서, A,B,C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와 같은 틀의 전형적인 예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본인이 학부와 다른 석사전공을 가려고 한다거나, Interdisciplinary program 들에 지원하는 경우 특히 생각해볼 만한 접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t First Choice U, I plan to enroll in the structural engineering and geomechanics program. In this program I hope to draw on my structural analysis and geotechnical research background as a foundation for studying more advanced concepts. I am particularly interested in researching the ties between the structural engineering, geomechanics, and applied mechanics. I believe research is necessary to acquire data and formulate theories, but it is just as important to know how to apply those theories and use that data in the real world. I hope to be involved in some structurally related research at First Choice U. I am particularly interested in two research facilities: The Structures and Composites Laboratory and the Earthquake Engineering Center.
(Source: Statement by Americans - 1차 출처 미상; 제가 공유한 샘플모음집에 있는 글입니다)
한 가지 추가적인 팁이 있다면, 만일 지원하시는 대학 프로그램이 특정 수업, 스튜디오 같은게 좀 다른 학교와 달리 현장 중심적인 특징이다고 하시면(i.e., 실제 정부기관한테 프로젝트 받아서 그걸가지고 수업하더라 등등),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시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물론, 그냥 "좋아요" 가 아니라, '본인의 장기적 목표에 비추어봤을 때' 너네만의 이런 스페셜한 프로그램이 아주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을 확실히 적어주셔야 한다는 것, 이런 식의 'Link'가 중요하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주의드리고 싶습니다. 박사과정 지원자의 경우 이런 식으로 '수업'을 중심으로 쓰시는 부분에 있어서 아주 아주 조심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박사과정이 석사과정 처럼 수업 들으면서 모르는 거 배우러 가는 과정이 아니라, 관심있는 부분에 대해서 깊게 파려고, 연구하러 가는 코스라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본인의 목표가 티칭이고, 얘들이 그런 부분에서 아주 이상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겠지만,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조심 또 조심하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 두 가지 샘플이면 충분히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노파심에 여러분이 절대 하시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른 지원자들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박 겉 핱기 식' 이야기를 적지 마십시오. 둘째, SOP 다 써놓고 나서 대학마다 적당히 교수 프로필 서칭해서 이름만 바꿔넣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셋째, 그 교수가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에서 끝내지 마십시오. 그게 나한테, 내 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적어주셔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몇 가지 참고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드리고 싶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방식 이외에 "리서치 프로젝트"에 초점을 두고 어필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공학분야나 프로젝트가 많은 전공분야에서 자주 사용하는 접근인데, "너희가 하고 있는 리서치 중 어떤 것들이 지금 내 연구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내가 기존에 실험실에서 A연구를 해서, 너네 연구실에서 그걸 더 확장해서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기존에 해왔던 접근이 너네 리서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입니다. 여기서 쓴 것처럼, 단순히 '너네 자원이 도움이 된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네 학교에서 공부하면 너네한테 유용할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같이 강조하는 부분도 눈여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처럼 다른 전공분야에도 만일 본인에게 다른 지원자들은 없는 뭔가 특별한 스킬이 있다면, "내가 이런 저런 부분을 할 줄 알아서 니 연구에 쓸모가 있을거 같다”도 슬쩍 어필해주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일례로, 완전 다른 전공분야를 베이스로 하고 있어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는 스킬이나 경험이 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가진 스킬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팍팍 와 닿을 수 있게 직접적으로 적어 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가지 더, 특정 교수이름을 언급하는게 좋은지 아닌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언급하는게 좋다는 쪽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그 학교에 대해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다는 증거가 되니까 말입니다. 간혹 '그러다가 그 교수가 TO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반박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교수 단 1명으로 타켓팅했는데, 컨택도 되지 않아서 그 분이 T.O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 대안이 특정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2~3명 정도 여러분의 핏에 맞는 복수의 교수들을 언급하면 그런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부 대학에서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에 관심있는 교수 2-3명 적어서 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SOP에도 "꼭" 관심교수 이름 명시하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특정 교수들과의 아카데믹 핏을 미리 깊이 생각하지 않으셨다면 온라인 지원 항목들을 답하는 단계에서 뒤늦게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때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리자면, 여러분이 설사 2~3명의 교수님의 이름을 적어서 내도, 그것이 실제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 뿐 아니라, 면접에 들어올 교수들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제 경우에도 3명을 적었지만, 2명은 제가 적은 분이, 그리고 1분은 제가 모르고 있던 분이 본인의 아카데믹 핏에 맞는다는 이유로 스카이프 면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모르던 1분하고 이번 학기에 independent study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말입니다. 교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과하게 적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히 설명해 드렸는데 '너네 학교 가고싶다' 제대로 어필 못 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여러분 혼자서도 초안을 보고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그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역시 이것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가시기 전에 공감과 댓글은 잊지 말아주시라는 것 말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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