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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대장입니다. 어제 유학을 준비하고 계신 한 분이 SOP를 한번 봐달라고 하면서 메일에 이런 고민을 적어주셨습니다 - "사람마다 SOP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헷갈려요". 어느정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유학준비를 좀 안다는 분들 혹은 커미티들에게 100개의 SOP를 던져주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SOP 5개만 고르라고 하면 과연 사람 마다 서로 다른 5개를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읽는 사람이 누구가 되었던지 최종적으로 선택한 Best 5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좋은 SOP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바로 그 이유가 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뭐가 좋은 SOP인지, 그렇게 쓰려면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개관적인 이야기는 첫번째 포스팅에 상세하게 적어두었습니다. 만일 첫 포스팅을 읽지 않으셨다면, 잠시 시간을 내셔서 먼저 읽어주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드릴 말씀이 바로 그 포스팅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이야기인지라, 읽지 않으셨다면 좀 많이 답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전 포스팅글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7/08/11 - [꿀팁과 자료공유/SOP, 알고 제대로 쓰소서] - 유학 준비의 꽃, Statement of Purpose (SOP) 제발 제대로 알고 쓰소서 ). 참고로 '무슨 내용'을 적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세 가지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좋은 SOP들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질질 끌지 않고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누군가 저한테 어떤 SOP가 "좋은 SOP"인지 물어본다면, 저는 키워드 2개로 답변드릴것 같습니다. 바로, 지원자가 motivated and focused 되어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SOP라고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아래 보시는 것처럼 Dave Andersen 교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Q: "Why a good SoP and what is a good SoP?"

A: It's one that conveys purpose and drive, first and foremost. 


Focus: During admissions at CMU, we bin students broadly into areas of interest, and try to mostly rank within sub-areas. In the latest phases of admissions, we incorporate feedback from the entire faculty in ways that are specific to them, as a way to try to balance yield and the number of faculty working in an area who want students. 


Drive: There are a lot of people who're smart. But succeeding in a top Ph.D. program requires also a high degree of self motivation, and dogged determination to get you through the inevitable setbacks. The best SoPs elucidated a compelling vision.


Source: David Andersen's blogpost


그런데, motivated, focused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잘 보여줄 수 있게 쓸 수 있는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에서 1000개의 SOP 중 탑 5와 나머지 995개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별로 고민 없이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 "고민할께 뭐가 있어. 도입부에 모티베이션 적고, 뒤에 가서 특정분야 중 하고 싶은 세부 연구주제 적으면 되지." 물론 그렇게 쓰시는 것도 사전적인 의미에서 motivation 과 focus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이 지원자가 "얼마나 motivated, focused' 되어 있는지는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다는 부분입니다. 바로 이게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motivated, focused 되어 있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순히 도입부에 '왜 그 연구분야 공부하고 싶은지'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전 포스팅인 Motivation에 대한 글에서 제가 글 도입부에 한정하여 말씀드렸던 것은 물론 당연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즉, 다시 말하면 왜 특정 연구주제를 파고 싶게 되었는지 인상깊고 선명하게, 손에 잡히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수하시는 것처럼 구구절절하게 연대기적으로 서술만 하고 정작 알맹이(메시지) 없이 끝나면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바로 모티베이션이 진하게(thick) 묻어나야 할 부분은 글 도입부의 연구주제만이 아니라, SOP에 담긴 거의 모든 요소들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글 도입부에서 이게 모티베이션이라고 말하고 나서 끝나는 형태가 아니라, 그런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어떤 경험을 해왔고, 그게 지금 생각하는 연구 토픽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모티베이션의 끈을 놓지 않은 채로" 쭉 끌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왜 니네학교"인지에 대해서 적어주는 부분까지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왜 그 연구분야를 공부하고 싶게 되었는지"에 대한 모티베이션만 (그게 뭐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가서, 그런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아 여러분의 연구경력 속에서 지금까지 여러분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해당 분야에 학술적인 Motivation을 가지고 연구를 해 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드리겠습니다. 


1) 첫번째로 '내가 한 일'을 보여주는 부분부터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하시는 대표적인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연대기적으로 시간순서에 따라 본인이 한 "다양한" 일들을 "많이" 나열하는 걸로 그치거나, 혹은 모티베이션을 받았던 그 상황이나, 이슈와 전혀 관계없이 '다양한 거 많이 공부했어요, 또는 다양한 연구를 했어요, 논문 많이 썼어요' 등등을 강조하는 경우입니다. 마치 이력서에 있는 내용을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옆길로 새 버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그간 해온 일을 적는 것은 내가 해온 일들은 하나하나 낱낱이 설명하기 위해서 적는 것도 아니고, 잘났다고 자랑하려고 쓰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얘가 말로만 motivate 됬다, ~하고 싶은다고 적은 게 아니라, 고민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도 풀어가려고 꾸준히 노력해왔구나"를 보여주기(support) 위해서 적는다는 점, 확실히 기억하셔야 합니다. 즉, 여러분이 한 일 자체(superficial information - facts)가 아니라, 그 뒷편에서 흐르는 연구주제와 관련된 여러분의 "생각", desire, intention, 을 끄집어내서 연결시키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낱낱이 보여주는 것은 CV의 역할입니다. 혹은 어느정도 PHS에서도 가능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SOP는 아닙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여러분이 집중하셔야 할 포인트는 '무슨 생각(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걸 통해서 또 어떤 시도를 했는지 등 연구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만 선별적으로 뽑아내서 "생각의 굵은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주시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적어주셔야만 읽는 사람이 여러분의 글에 쭈욱 빨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연대기식으로 사실만을 나열한 글을 읽으면서 그게 과연 얼마나 어필이 될지 말입니다. 


2) 두 번째로 "너네한테 왜 가려 하는지"를 적는 부분입니다. 첫번째 예 만큼은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SOP에 자기 이야기를 잔뜩 한 뒤에 지원하는 프로그램 또는 교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없이 '나는 너네 학교가 내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믿어'라고 적는 분들입니다.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분명히 자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실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지원하는 학교의 교수나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간단하게 한 두 줄로 '너네학교랑 나랑 핏이 맞아요', '나랑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교수가 있어서 그 사람 밑에서 공부하면 좋겠어요'라고 적으셨다면, 저분들이나 여러분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는 읽는 커미티 입장에서 생각해보시면 확실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얘가 진짜 올 생각이 있는지, 우리 학교에 오려고 지원을 한 건지 그냥 안전빵으로 넣은건지" 확신을 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하셔야 할 일은 '내가 왜 너네학교에 가려고 Motivate 됬는지'를 확실하게 적어주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러분이 그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알아봤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이 통상적인 전략입니다. 즉, "찾아봤더니 A교수가 내가 공부하려고 했던 분야에서 완전 깊이있게 많은 연구들을 했더라. 특히 이거 읽고 이러저러해서 완전히 공감했다. A랑 함께하면서 이런거 좀 더 깊이있게 알아가면서 내가 하려는 연구에 많이 도움받고 싶다. B교수도..." 뭐 이런 느낌으로 구체적으로 내려가셔야 합니다. 즉, 여러분이 학술적으로 모티베이트된 부분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이 학교의 어떤 어떤 자원이 아주 아주 좋아서, 너네 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랩에서 실험을 많이하는 기술계열 쪽이라면 "너네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가 내 연구관심사랑 딱 맞아서 엄청 흥미가 있다. 내가 가면 이런걸 이런식으로 해서 .."식의 접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키는 여러분이 모티베이티드된 학술적 관심사와 '왜 너네 학교인지'를 Direct로 링크시켜야 한다는 것, 꼭 잊지 마십시오.


사실 바로 이게 관심분야 교수 또는 주요 연구 센터에서 어떤 연구들을 했었고, 지금  뭐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교수가 너랑 맞냐 안 맞냐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느낌으로 니네 학교에 대해 충분히 알아봤고, 거기서 공부하고 싶은 강한 desire가 있다는 걸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판단의 근거'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너네 학교가 더 깊은 연구를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라고 적는 지원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대학원생으로서 혹은 연구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도 되어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제 'motivated'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드린 것 같으니, 두 번째 요소인 'focused'에 대해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러분이 이 토픽에 관심이 있다고 꼭 짚어서 말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 100배 중요한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여러분이 그간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해왔는지를 풀어주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연구주제'와 관련해서 제가 지금부터 무슨 이야기를 드릴지 감이 잡히시리라 생각합니다. 똑같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하려는 주제에 얼마나 focused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려면, 내가 무슨 주제를 '공부하려고' 정했는지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앞에서 본 것처럼 아무런 근거없이 '나 너네 학교가 나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강하게 믿어'라고 적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서 여러분이 그간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떤 연구들을 해왔는지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단순히 연구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생각과 Stance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설득력있게 풀어주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뭘 연구했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어서 그게 어떻게 다음 연구로 확장이 되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로 관심을 두고 연구하려고 하는지를 핵심적인 내용들만을 가지고 쭉쭉 읽히도록 풀어주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SOP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렇게 풀어가려면 정말 정말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모든 분들이 이렇게 풀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stay focused 가 되어있는 걸 보여주려면 실제로 평소에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한 연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 꿸 구슬이 있어야 목걸이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Top 5로 뽑히게 되는 SOP들은 바로 이렇게 지원자의 "내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SOP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박사과정에 어울리는 지원자들의 SOP죠. 


반면에, 아무리 멋드러지게 도입부를 쓰고 모티베이션을 보여주셔도, 그 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그 주제와 관련해서 해온 것들이 없고, 막무가네로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만 적어놓으신 분들은 이런 식으로 군더더기들을 발라내고 나면 바로 "바닥"이 보이실 겁니다. 특히, 진지한 생각없이 단순히 논문만 많이 찍어오셨던 분들이 막상 SOP를 쓸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진지하게 연구했지만, 그간에 해온 연구의 방향이 자신이 지금 유학가서 공부할 방향과 전혀 맞지 않은 경우도 참 막막하실 겁니다. 좀 심할만큼 직설적으로 적었는데, 이게 현실입니다. 그간에 똑바로 깨어있는 상태로 해온 게 없으면 보여줄 것이 없는게 당연합니다. 참, 제가 지금 적은 이야기는 박사과정 지원자를 염두에 둔 이야기입니다. 석사지원의 경우 그렇게 풀어갈 수 있는 연구 실적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일 테니까 말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열이 아닌 과거에 한 활동에서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은 석사든 박사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라는 점은 인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글을 읽으면서 참 bar가 너무 높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너무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에 적어둔 내용은 정말 너무나도 '이상적인 Ph.D 지원자'의 글이 가진 모습이니까 말입니다. 유학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실제로 합격하신 분들 중에서도 저런 식으로 그간 해온 것과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엄청 선명하고 농도있게 엮어내시면서 Research Focus를 보여준 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조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그간 해온 일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으신 것 만으로도, 그 감이 없을 때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SOP를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가시기 전에 아래 공감버튼을 꾹 눌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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