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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코치, 풀브대장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나쁜 추천서에 대해 이야기해볼께요. 이전 포스팅을 꼼꼼하게 읽으셨다면 사실 원론적으로 뭐가 나쁜 추천서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으실 거에요 - 파워풀한 추천서의 정반대겠죠? 


그런데 몇 가지 더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슬프게도, 여러분이 '우리나라에서' 추천서를 받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주의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부분이에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드릴께요.


1) 내용적인 면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추천서 - 3가지 유형

2) 여러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추천서 - 2개 에피소드 


자, 시작해보죠.



< Part I. 받아도 그다지 도움 안 되는 추천서 - 3가지 >



1.  오직 'DWIC' - 'Did well in class'



추천서 내용이 "얘 내 수업 들었는데, 잘하더라" 뿐인 분들 말하는 거에요. 이전 글에서 보여드렸던 이런 느낌이죠.


“I highly recommend student X for your graduate program. Student X received an A+ in my undergraduate algorithms class. He was ranked Number 2 out of 100 students. He got the highest score on the final. He worked very hard all semester, never missed a class, and was always able to answer the questions that I asked in class. This conscientious attitude makes him an excellent candidate for any graduate program. 


(Source: Mor Harchol-Balter, 2014, Applying to Ph.D program in Computer Science )


제가 글을 쓰면서 자주 언급했던 Mor Harchol-Balter 교수님(Carnegie Mellon 컴공과)은, 추천서에 그런 내용들 밖에 없다면 카운트조차 안 된다고 하네요 - "This stands for “Did Well In Class” which counts for 0, since we already know from the student’s transcript that he did well in class" . 다른 학교 컴공과 교수님인 David Anderson 교수님도 같은 의견이네요 - "Pure-DWIC is almost fatal." 


그런데 여기서 사실 왜 카운트가 안 되는지 그 이유가 더 중요해요. 


대부분의 추천서에서 기본적으로 깔고 '너나 나나' 별 차이 없는 부분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위에 교수님 말처럼 커미티들이 성적표 보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에요. 네, 그들이 듣고 싶은 건 다른 유학지원 서류에서 확인할 수 그런 내용들이 아니라, 자기들이 알 수 없지만 꼭 알아야 할 지원자의 모습이라는 거죠. 사실 많은 분들이 3분의 추천인을 신중하게 꾸리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자기의 서로 다른 부분을 부각시켜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뭐, 여튼 그렇다고요. 



2. Just praise - 구체적 경험담 없이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추천 내용이 너무나도 일반적일 경우를 말해요. 일례로, 똑똑하고, 열성있고, 퍼포먼스도 좋고, 자세도 좋고... 

음..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 경험담은 들려주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얘는 다 잘해" 라고 칭찬만 하는 추천서죠.




평가자들이 추천서에서 듣고 싶어하는 내용은 추천인의 "구체적인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어찌 어찌해서 추천한다는 내용이에요. 즉, "잘하냐, 못하냐"라는 추천인의 평가 자체보다는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든 근거, 즉,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실제 경험담이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Karthik Raghunathan 교수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추천인이 정말 이 학생에 대해서 잘 알아서 추천하는건지, 아니면 실제로 같이 공유한 경험도 없으면서 칭찬만하는건지 금세 파악한다고 합니다. 


"Even easier to figure out are cases where the recommendation writer clearly does not know the applicant well and has written the letter off a standard template. Such letters usually just praise the applicant without citing any personal experiences or facts to support their claims. They therefore sound too generic and could have been written by the recommender for any applicant."


(Source: Karthik Raghunathan, 2010, Demystifying the American Graduate Admissions Process.)



3. 'Too' specific, 'Overly' informative - 특히 아시아 국가



통상 추천서는 "specific" 하면 좋다는 게 정설입니다.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왜 추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하지만 이 "구체적"이라는 게 의미하는 것을 오해하고, 구체적인 "경험담"이 아니라 "너무(overly) specific 한 정보"를 적어서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한번 예를 들어 볼까요? "이 학생은 학부 3학년때 A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는데, 그 접근방식이 아주 참신하더라. 이 분야의 대부분의 연구들이 어찌 어찌한데 얘는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해서..(거의 1단락)" 또는, "이 학생은 학부기간동안 논문 몇편, 학술발표 몇편, 공모전 몇개 수상 등..."



생각해보세요. 교수님이 이걸 어떻게 기억하시죠? 물론 "이분이 레쥬메를 옆에 놓고 적으셨구나"라고 생각할 평가자도 있을 수 있지만 (진짜?), 특히나 추천서의 질에 "의심"을 받는 아시아 국가에서 이런 추천서가 온다면? 저 같아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면서 일단 '못 믿는 추천서'로 분류해 둘 것 같네요.


사실 교수님이 직접 추천서를 적어주신다면 이런 실수는 거의 없을 거에요. 보통 학생이 잡은 초안을 추천인이 신경써서 걸러주지 못한 경우 이런 추천서가 그대로 학교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 발생하죠. 


많은 분들이 이런 overly informed 된 추천서의 위험성을 잘 이야기해주시지 않으시는데, 제 경우에는 추천인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깨닫게 된 부분이에요 - "구체적인 경험담과 느낌을 적는게 중요한데, 지나치게 세부적이거나 구체적이면 아무도 그 추천서 교수가 쓴 거라고 안 볼거야"




< Part II. 여러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추천서들  >



앞의 3가지 유형은 사실 그런 추천서를 보내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은 없어요. 별로 어필이 되지 않아서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거나,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 신뢰도가 좀 떨어진 상태에서 읽는 정도의 느낌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위험한 추천서"들이 있어요. 두 가지 에피소드를 보여드릴께요. 둘 모두 사실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나도 들었어' 라고 이야기하시고, 저도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유해드리려고 해요. (물론 허구일 수도 있겠지만요)



Episode 1. 추천서 부탁에 흔쾌하게 Okay, 정작 추천서는 탬플릿에 이름만 바꿔서



추천서를 종이로 받아보던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한 "친한"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했는데, 교수가 "흔쾌히" okay!라고 하시더래요. 와..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교수님이 초안을 달라는 이야기도 안하고,

레쥬메나 SOP등 참고할 만한 자료를 달라는 이야기도 안 하시더래요. 심지어 "내가 알아서 잘 써줄께"라고 하시길래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프로젝트를 같이 오랫동안 해서 알아서 잘 써주려는가 보다 했다네요.


그렇게 추천서가 제출되고 난 뒤에, 지원자 분이 몇 군데 학교에 지원을 포기하게 되서, 궁금한 마음에 지원 포기 학교에 보내려고 했던 추천서에 무슨 내용을 적어주셨는지 궁금해서 열어 보셨답니다.


우리가 저 위에서 이야기한 "Just Praise-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추천서였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이름이나 지원자가 한 일 같은건 전혀 없고, 뛰어났다, 성과가 좋았다, 뭐 이런 소리만 써져있었데요.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추천서 내용이 그 교수가 작년에 지원했던 선배에게 써준 추천서와 "똑같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 같은 추천서를 이름만 바꿔서 낸 꼴이 되었다고 하네요. 


쉽게 말하자면, 교수라는 사람이 추천서 탬플릿을 만들어놓고, 학생 이름만 바꿔서 그냥 보냈다는 거죠.


혹시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했는데 "네 Resume, 연구실적, 연구하고 싶은게 뭔지 좀 알려주렴", '초안을 적어서 보내줄래?' 등등..의 (우리가 기대하는) 반응이 없다면, 저는 부디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후학들의 유학을 도와주기 위해 정성껏 써주시는 분들이 99%이겠지만, 조심해서 우리한테 나쁠 껀 없잖아요. 바보같이 1%에 속하는 피해자가 되지는 말자고요.



Episode 2. 소위 '파워풀'한 추천서를 받으려고 했다가 완전 망한 케이스



한 지원자가 있었답니다. 이분은 큰 오해를 하고 있었어요. 미국에서 유명한 대학 나온 분이 추천서를 '써주기만 하면' 합격에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 자기가 가고 싶지만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이는 학교에 그런 추천서를 받아서 쓰자!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 쉽게 하버드라고 하죠.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 본인의 대학에 신임교수를 받았는데 하버드 출신에다가 알아주는 미국 대학에서 교수생활까지 하고 온 분이라고 하네요. 이 지원자가 이 교수님한테 달려가서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이 신임교수님은 내가 널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추천서를 써 주냐고 몇 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당신 수업 지금이라도 청강하고 싶다. 그거에 대해서라도 추천서를 써주면 안 되겠냐라고 어거지로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추천서를 받을 사람을 채울 수가 없어서 당신의 추천서가 꼭 필요하다.. 뭐 이런 식으로 '뭐라도, 짧게라도 좋으니 꼭 부탁한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교수님은 난감해하면서도 결국 알겠다고 승낙 하셨데요.


이 지원자가 나중에 하버드에 지원할 자격 조건 자체가 안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지원을 포기하면서 그 교수님 추천서 내용이 궁금해서 한번 열어봤다고 합니다. 하도 궁금해서요 (옛날에는 이런 분들이 참 많았나 봅니다 ㅎ). 


그 추천서에는 딱 두 줄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내 수업을 한달간 청강했다. 단, 그것 외에 이 학생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다." 


G.G.




이번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미국 유학 지원서류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다 말씀드린거 같아요. 나중에 또 생각나면 올릴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제가 계획했던 굵직굵직한 내용은 다 드린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마지막 에피소드, 어떠세요. 재미있으셨나요? 좀 느껴지는게 있다면 좋겠네요. 특히 "파워풀"한 추천서에 목을 매고 계신 분들에게 말이에요. '저는 아는 분들 중에 장관이 있어서요, 그 분한테 받을거에요. 끝내주죠?' 이런 분들.. 누구한테 받는지가 아니라, "그분들이 무슨 내용을 써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거, 제발 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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