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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대장입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꼭 전해드려야 겠다라는 내용이 있어서 새벽 3시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교수님 추천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두 번의 포스팅에 걸쳐서 추천서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뭐랄까요, 완전 선명하게 손에 잡히는 내용을 적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SOP는 많이 봤지만, 다른 분들의 추천서를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쉽게 뭐라고 쓰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우연치 않게 "아 이거다!"라는 깨달음을 얻어서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이번 포스팅에서 적어볼까 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좋습니다 vs. 이렇게 적으면 큰일납니다 정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꼭지, "이렇게 적으면 좋아요"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권창현 교수님의 블로그로 갑시다. 최근에 우연치 않게 찾은 블로그인데, 여기에 아주 아주 아주 큰 도움이 될 글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팅 제목도 재미있습니다. <좋은 학생, 나쁜 학생, 이상한 학생> 이라는 두 편의 글입니다. 여기와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제가 읽고 느꼇던 내용들을 글로 풀어서 쓰자니 메시지가 희석되는 느낌이 있어서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으셨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감이 올 겁니다. 권창현 교수님이 몇몇 학생들에 대해 남긴 코멘트를 보면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바로 "이게 교수님의 시선이구나!" 였습니다. 아마 교수님들이 직접 추천서를 적어준다면, 바로 저런 뉘앙스의 추천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특히, 많은 분들의 추천서를 보면 교수님이 CV에 있는 실적을 대신 나열해주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교수님 대신 초안을 잡으신다면, "교수님의 시선"에서 적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전제를 절대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만 적고 끝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테니, 대체 "교수님의 시선"이라는 게 뭔지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권교수님이 하는 말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글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Ph.D. Students Must Break Away From Undergraduate Mentality".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러분이 하려는 박사과정은 "공부"하거나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러 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전공마다 차이는 있을 것 같으니, 알아서 필터링해서 들으십시오). 그럼 여러분을 추천한다면 과연 어떤 부분을 추천하는게 좋을지 생각해봅시다. 공부를 잘한다? 논문을 10개 썼다? 자원봉사를 했다? 물론 이런 것들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하셔야 할 부분은 교수에게 학생의 어떤 점이 먼저 보일까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교수님들의 경우, "애는 기본이 된 애네, 우리 연구실로 데려오고 싶다"라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즉, 뭘 얼마나 많이 성취했는지 이전에 얘가 기본적으로 대학원에서 연구라는 걸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스스로 논문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 혹은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교수님의 표현 처럼 "수업에서 잘하는 학생"과 "연구를 잘 하는 학생"이 다르다는 점이 교수들의 눈에는 보일겁니다. 권교수님뿐 아니라 다른 교수님들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예시로 들었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점을 언급하는 추천서"를 떠올려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스스로 찾아보고, 교수가 이야기한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교수를 찾아와 끝임없이 연구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기고, 혼자서 늦게까지 독립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주변 동료들과 함께 학술활동을 해나가는 학생"과 같은 느낌을 말하는 겁니다. 교수들이 이 친구가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들은 결국 이런 하나하나의 모습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들일테니 말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추천서에 여러분이 가진 뛰어난 점을 이것저것 잔뜩 나열한다고 좋은 추천서가 되는 게 아닙니다. 특히나 그것이 다 CV에 적혀있는 것들이라면 말입니다. 커미티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이 친구가 누구인지"라는 부분일 겁니다. 커미티들이 추천서를 읽고 "아, 이 친구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좋은 추천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꼭 수업 시간에 어땠다는 이야기만으로 한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꽤 중요한데,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다면 권교수님의 글 아래쪽에 있는 “So long, and thanks for the Ph.D.!”에서 발췌한 글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추천서 초안이 이렇게 '인상'을 전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잠깐 벗어난 이야기지만, 권교수님 블로그에 정말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하고 있는게 연구인가 아닌가> 이 글을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SOP를 적거나, 혹은 이후에 연구계획서를 적는 분들에게도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글입니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두 개 글 또한 미국 교수님 혹은 한국 교수님과 컨택메일을 쓸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참, 저는 이분과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친분이 없습니다. 단지 구글링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참 도움이 되는 글을 재미있게 쓰셔서 여러분도 꼭 한번쯤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추천해드리는 겁니다.
이제 두 번째 꼭지로 들어갑니다. 추천서 초안을 쓰실 때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교수의 입을 빌어서" 적는 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교수가 보지도 않은 것들을 마치 아는 것처럼 적거나, 본인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적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사실 이전 포스팅에서 누차 이야기드렸는데, 역시 예시를 들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상의 추천서를 적으면서 글을 쓰는 것 보다, 제가 코칭하면서 드렸던 코멘트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X씨, 여기에 적힌 내용들이 이 교수가 추천하기에 적합한 내용인지 의문이 듭니다. 일단 앞부분 수업내용과 관련해서, 발표했던 ‘내용’들을 낱낱히 기억한다? X씨가 특히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그 ‘생각’까지 기억하고 있다? 흠.. 그런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건 교수님이 아니라 X씨 밖에 없겠죠."
X라는 분의 추천서 초안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X군이 아주 학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을 들고 싶다. 내 수업을 들었을때 그가 ~~~ 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했었는데, 그는 A라는 개념이 왜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지, 그간 학자들이 A라는 개념을 어떻게 봐 왔는지...(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발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 X군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A를 B중심으로만 바라보면 왜 문제가 있는지를 여러가지 각도에서 조명했고,..." 뭐 이런 느낌으로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한 아주 상세한 현장 스케치와 같은 형태입니다. 교수가 추천서에 적기에는 너무나도 디테일한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디테일해서 교수가 썼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X씨가 노동자를 부품처럼 여기지 않았다는 부분, 교수가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적을 수 있죠? 아니, X씨가 교수라고 생각해보세요. 저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추천한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으세요? 더 리스키한 건 어떻게 X씨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교수가 아냐는 거에요. 그리고 A라는 회사에서 X씨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적은 부분도 이 교수가 추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부분의 경우 교수님이 "X라는 지원자가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는데"로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경험한 것도 아닌데 거기에 대해서 꽤나 자세한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겁니다. X씨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내부의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이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이런 부분은 직장상사분이 이야기해줄 수는 있겠지만, 교수가 이야기해줄 수 있는 내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꼭지는 이정도만 적겠습니다. 충분할 것 같고 더 이야기해도 중언부언이 될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오늘 드린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핵심은 두 가지 입니다. 추천서에는 "교수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적어야 한다는 것과 "교수가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적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무슨 내용을 추천서에 적어야하는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바로 이 두 가지를 절대 잊지 마시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버튼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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